

사랑의 비극을 넘어선 시대의 아픔과 방황
※ 이 오디오북은 윌라가 독점적으로 계약하고 직접 제작한 윌라 오리지널 오디오북입니다.
🎈운명적 불행의 통속성을 넘어
박경리가 그려낸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고독
“삶에 고통이 없었다면, 문학을 껴안지 못했을 것이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한국 문학사에 남긴 또 다른 걸작
『노을 진 들녘』은 『김약국의 딸들』과 더불어 1960년대 박경리의 작품세계와 문학적 경향을 알 수 있는 대표작으로 거론된다. 『노을 진 들녘』은 1961년 10월 23일부터 이듬해 7월 1일까지 총 250회에 걸쳐 《경향신문》에 연재된 장편소설로, 연재 후 곧장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영화화되기도 하며 대중적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특히, 대학생들의 연애를 중심으로 뒤틀린 성애의식, 유산 상속을 둘러싼 음모 등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주제를 대담하고 속도감 있게 전개해 대중과 문단, 언론의 주목을 모두 받았다.
이 시기 박경리는 꾸준히 장편 연재소설을 집필했는데, 그중 『노을 진 들녘』은 오랫동안 구상하고 연재 전 이미 24회 분량의 집필을 완료할 정도로 작가에게 중요한 소설이다. 연재를 앞두고 박경리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포부를 밝힌다. “인간이라면 인간의 가슴 속에서 느끼는 일은 식모나 대학교수나 다를 바 없을 거예요. 즉 일맥상통하는 인간의 순수한 가슴과 가슴에 호소해 보겠어요.” 또 박경리는 “쉽게 쓰겠어요. 어렵지 않은 말로 알기 쉽게 쓰면서 예술화한다는 게 앞으로 문학이 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생각해요”라고 말하며, 독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써 독자의 폭을 넓히고자 이 작품을 기획했음을 밝혔다.
그런 까닭으로 『노을 진 들녘』에서도 박경리 작품의 주요 모티프들인 불륜, 절손, 근친상간, 억지 결혼 등은 반복적으로 중첩되어 등장한다. 이야기는 넘쳐 오르는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는 영재와 성삼의 대립 구도로 진행되고, 그 사이에는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송 노인, 새로운 개인 주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프레걸’ 일혜, 세상과 단절되어 대자연 속에서 순수함을 간직한 주실 등 강한 개성을 가진 작중인물들이 등장해 작품의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동시에 박경리는 4·19혁명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함께 배치함으로써 이 시대를 살아낸 그들의 고통과 방황이 연애의 차원을 넘어서 시대의 아픔과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경리 지음 | 토지문화재단 제공 | 김정민, 김지윤, 김정후, 김대성, 김종언, 석우열, 김유정 낭독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0년 황해도 연안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1955년에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計算)」과 1956년 단편 「흑흑백백(黑黑白白)」을 [현대문학]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나왔다. 1957년부터 본격적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하여 단편 「전도(剪刀)」 「불신시대(不信時代)」 「벽지(僻地)」 등을 발표하고,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을 비롯하여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4만 여장 분량의 작품으로 26년 만인 1994년에 완성하였다. 박경리 개인에게나 한국문학에 있어서나 기념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원고지 분량에 걸맞게 6백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시간적으로는 1897년부터 1945년까지라는 한국사회의 반세기에 걸친 기나긴 격동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5부로 완성된 대하소설 『토지(土地)』는, 한국 근·현대사의 전 과정에 걸쳐 여러 계층의 인간의 상이한 운명과 역사의 상관성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으로 영어·일본어·프랑스어로 번역되어 호평을 받았다. 1957년 현대문학 신인상, 1965년 한국여류문학상, 1972년 월탄문학상, 1991년 인촌상 등을 수상하였고, 1999년에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에서 주최한 20세기를 빛낸 예술인(문학)에 선정되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명예문학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으며, 연세대학교에서 용재 석좌교수 등을 지냈다. 1996년부터 토지문화관 이사장을 역임하였다. 현대문학 신인상, 한국여류문학상, 월탄문학상, 인촌상, 호암 예술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칠레 정부로부터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학 기념 메달’을 수여 받았다.
그는 문학뿐 아니라 환경과 생태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1999년 원주 오봉산 기슭에 토지문화관을 세우고, 문학과 환경문제를 다루는 계간지 [숨소리]를 창간(2003)하고,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로 엮은 환경 에세이집 『생명의 아픔』(2004)도 출간하는 등 사회와 인간을 향한 애정과 관심을 놓치 않았다. 2008년 5월5일 향년 8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 한국현대문학의 영원한 고향으로 남았다. 타계 이후 정부에서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였다.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를 [현대문학]에 연재하였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수필집 『Q씨에게』, 『원주통신』, 『만리장성의 나라』,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생명의 아픔』 등과 시집으로는
『못 떠나는 배』, 『도시의 고양이들』,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이 있다. 그밖의 주요작품에 『나비와 엉겅퀴』, 『영원의 반려』, 『단층(單層)』, 『노을진 들녘』, 『신교수의 부인』 등이 있고, 시집에 『애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