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증과 울증을 건너 평범한 행복을 찾기까지… 삐삐언니의 뜨겁고 차가운 그 시간의 기록
이 오디오북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의 ‘2020 년 오디오북 제작 지원 ’ 사업 선정작입니다.
몸과 마음이 아프지만 그럼에도 힘껏 살아가려 애쓰는 당신에게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는 언론사 기자 이주현이 사막의 낮과 밤 같았던 조증과 울증의 시기를 보내고 비로소 평범한 행복을 찾기까지의 시간을 기록한 에세이다. 2001년 첫 조울병 발병부터 2006년 재발까지, 그리고 몇 번의 작은 조울의 파고를 넘기고 휴전 상태를 유지하기까지 20여 년, 그 뜨겁고 차가웠던 성장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자는 20대 중반 나이에 현실과 광기 사이 좁은 틈에 끼어 심연을 바라보았고, 넘쳐나는 감수성과 창의성, 자발성을 경험한다. 그다음에 찾아온 우울의 바닥에서 죽음의 커튼을 들출 뻔하며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깨달아간다. 정신과 폐쇄병동에 두 번 입원한 일과 병원 생활, 그리고 복직. 평범한 삶을 향한 욕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사랑의 힘’으로 희망을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의사를 만나고, 가족, 친구, 동료들의 끊임없는 지지와 응원에 살아갈 힘을 얻는다. 걷기와 달리기, 여행으로 순수한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열심히 돌본다. 일렁이는 우울과 불안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나는 조울병과의 평화를 원한다. 그러니 평화를 준비하겠다. 꽃 지는 풍경도 눈에 넣어두겠다. 일렁이는 우울과 불안을 감추진 않겠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노력하겠다.” _252쪽(‘에필로그’ 중에서)
저자는 자신이 겪었던 조울병의 과정과 다양한 양상을 담담히 써 내려가면서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사건 사고들을 능숙하게 넘나든다. 글 중간중간 조울병을 앓으며 써왔던 거친 메모와 애달픈 일기를 펼쳐 보이며 가슴 깊이 숨겨두었던 아픔을 꺼내놓기도 한다. 그에게 있어 종이에 무언가 끄적이는 행위는 극한 상황에서도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작은 마당이자, 자기 위로의 습관이자, 위축과 고립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저자는 치료과정에 비중을 두고 상세하게 설명한다. 과거를 반추하여 나를 재구성해보는 일, 심리상담 및 정신과 의사에 대한 생각과 경험, 약물치료의 중요성 등은 병을 인식하고 헤쳐나오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주치의 김원과의 짧은 대담’이다. 조울병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지식, 치료 방법, 환자가 가져야 할 생각과 태도 등 전문가의 종합적인 의견을 잘 정리해두었다.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는 분명 아픔의 기록이지만 이 안에는 훈훈한 사랑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함으로써 한편으로 안도하고 격려받을 수 있게 해준다. ‘아, 나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겠구나’ 의지를 심어준다. 만약 주변에 공감과 격려, 객관적인 충고, 경제적인 지원을 해줄 가족 같은 가까운 사람이 있다면 굉장한 축복이다. 반대로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되어 아파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민다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스스럼없이 병원 진료와 치료제 복용을 확인해주고, 밖에 나가 햇빛이라도 쐬자며 침대에서 끌어내고, 시시콜콜 사소한 얘기를 성의 있게 들어주는, 그리고 ‘네가 어떤 사람이든 우린 너를 응원할 거야’ 말해주는 사람이 더 많아지길 고대해본다.
이주현 지음 | 한겨레출판 출간 | 이주현, 이다은 낭독 | 제작 한겨레출판
어릴 적엔 시험에 나오는 공부만 하다가
어른이 되어서야 노는 게 얼마나 좋은지 깨달았다.
여행을 즐기고 달리기와 걷기를 좋아한다.
어릴 적 말괄량이 삐삐에게 열광한 덕분인지
어른이 되어 ‘삐삐언니’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씩씩하고 용감한 삐삐의 에너지에 의지해
조울의 사막을 무사히 건너왔다.
인생은 결국 새옹지마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음표와 느낌표를 멈추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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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공부했다.
운 좋게 같은 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했다.
24년째 한겨레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